10킬로미터를 어디서 달려야 할지 막막했던 적 있으신가요?
트랙은 단조롭고, 공원은 코스가 짧고. 저도 딱 그 고민을 했습니다.
그러다 찾은 곳이 포항 영일대 해수욕장 해안도로였고,
그 이후로 10킬로미터 훈련 장소를 딱히 고민해본 적이 없습니다.
포항에서 달리는 분이라면, 혹은 포항으로 여행 오는 러너라면 이 코스는 한 번쯤 꼭 달려볼 만합니다.

포항 영일대 러닝 코스, 10km 훈련 코스로 쓰기 좋은 이유
포항항 여객선터미널에서 출발해 여남 방파제 끝까지 편도로 달리면 약 5킬로미터.
왕복으로 딱 10킬로미터가 나옵니다.
거리를 따로 계산하거나 지도 앱을 켜둘 필요가 없다는 게 생각보다 훨씬 편합니다.
반환점 하나만 기억하면 되니까요.
이 코스의 결정적인 장점은 고저차가 거의 없다는 점입니다.
마라톤 훈련에서 LSD(Long Slow Distance)라는 훈련법이 있습니다.
LSD란 장거리를 천천히 달리며 유산소 기반 체력과 지구력을 쌓는 훈련 방식으로,
심폐 기능을 효율적으로 높이는 데 쓰입니다.
이 훈련을 제대로 하려면 경사 변화가 적고 노면이 균일한 구간이 필요한데,
영일대 해안도로가 딱 그 조건을 충족합니다.
저는 보통 여남 쪽에서 출발해 여객선터미널 방향으로 달립니다. 이유는 단순합니다.
여남이 주차하기에 훨씬 편하며, 러닝 전 스트레칭을 하기에도 딱 좋습니다.
특히 아침 러닝 때는 수면 위로 쏟아지는 윤슬,
그러니까 햇빛이 물결에 반사되어 반짝이는 장면이 눈을 가득 채웁니다.
힘이 빠질 타이밍에 저 윤슬이 시야에 들어오면, 신기하게도 발이 다시 가벼워집니다.
이건 제가 이 코스를 계속 찾게 되는 가장 솔직한 이유입니다.

해안도로 러닝 코스, 핵심 포인트
구간별로 분위기가 조금씩 다릅니다.
출발 초반 구간은 사람이 생각보다 많이 없어 워밍업으로 천천히 달리며,
환호공원을 지나 영일대 해수욕장 방향으로 갈수록 인파가 많아집니다.
저는 환호공원쪽 구간에서 빌드업 주(build-up run)를 자주 넣습니다.
빌드업 주란 달리는 중 구간마다 속도를 단계적으로 높여가는 훈련 방식으로,
레이스 후반부 체력 관리 능력을 키우는 데 효과적입니다.
평탄하고 직선 구간이 길어서 케이던스(cadence),
즉 1분당 발이 땅에 닿는 횟수를 일정하게 유지하며 달리기에도 아주 좋습니다.
노면은 대부분 아스팔트와 보도블록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단단한 노면에서 반복적으로 달리면 관절에 충격이 누적될 수 있기 때문에,
충격 흡수율이 높은 쿠션형 러닝화를 신는 것이 권장됩니다(출처: 대한육상연맹).
급수 걱정도 크지 않습니다.
해수욕장 구간 중간중간에 편의점과 공중 화장실이 잘 갖춰져 있어,
10킬로미터 훈련 중 수분 보충이 어렵지 않습니다.
이 코스에서 달리다 보면 "조금만 더 가면 저 파도까지 가볼 수 있겠다"는 생각이 자연스럽게 듭니다.
10킬로미터를 다 달리고 나서도 "조금 더 달릴 걸"이라는 생각이 든 코스는 여기가 처음이었습니다.
공원 러닝이나 트랙 러닝도 나름의 장점이 있습니다만,
해안도로 특유의 심리적 완충 효과는 비교가 안 됩니다.
영일대 해안도로 러닝 코스, 핵심 포인트를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여객선터미널 ~ 여남 방파제 왕복, 정확히 10킬로미터 이상
- 고저차 거의 없는 평지 위주 노면, LSD 및 빌드업 주 훈련에 최적
- 여남 ~ 환호공원 구간 러너 전용 분위기, 영일대 방향 관광객 밀집 구간 주의
- 해안 구간 중간중간 편의점·공중 화장실 위치해 급수 해결 용이
- 아침 러닝 시 윤슬, 야간 러닝 시 밤바다 조망 — 시간대별 분위기 차이가 큼

포항 마라톤 대회와 홈코스 러닝이 이어지는 감각
포항에는 해마다 두 개의 큰 마라톤 대회가 열립니다.
포항해변마라톤대회와 포항철강마라톤대회입니다.
저는 제가 사는 도시의 마라톤 대회는 가능하면 꼭 나가는 편인데, 그 이유가 단순히 지역 대회라서가 아닙니다.
훈련과 레이스가 하나로 이어지는 느낌이 있기 때문입니다.
평소에 영일대 해안도로를 달리다가,
대회 당일 같은 길 위에서 번호표를 달고 달리면 뭔가 다른 감정이 올라옵니다.
그 길이 더 이상 연습 코스가 아니라 레이스 코스가 되는 순간의 그 차이랄까요.
포항해변마라톤대회는 이번에 명칭이 포항마라톤으로 변경되었고,
지난 4월 26일 안전하게 대회가 마무리 되었습니다.
이 대회는 올해 저는 미쳐 접수를 하지 못하여 참가하지 못했습니다.
포항철강마라톤대회는 2026년 6월 13일 (토요일) 오전 9시 출발이며,
5킬로미터와 10킬로미터 종목으로 운영됩니다.
제가 작년에 10km PB를 달성한 대회이기도 하며,
올해도 접수완료입니다.
뜨거운 6월의 레이스이기에, WBGT를 알아야 합니다.
오전 9시 출발이라고 해서 가볍게 여기시면 안 됩니다.
6월은 기온과 습도가 동시에 오르는 시기이고,
대회가 진행될수록 태양 복사열은 점점 강해집니다.
이때 반드시 알아두셔야 할 지표가 바로 WBGT, 습구흑구온도입니다.
WBGT는 기온·습도·복사열을 한꺼번에 반영한 열 환경 지표입니다.
수치가 28도 이상이면 격렬한 운동을 제한하도록 권고하는데,
6월 오전의 야외 레이스는 이 기준에 가까워질 수 있습니다.
야간 러닝과 달리 복사열의 영향을 직접 받기 때문에 체감 온도가 예상보다 빠르게 치솟고,
심박수 상승과 체력 저하로 이어지기 쉽습니다.
대회 당일 WBGT를 미리 확인하고 페이스 계획에 반영하시는 것이 현명한 준비입니다.
또한, 올해는 션과 심으뜸이 함께하는 마라톤 대회가 7월에 열린다는 소식도 들었습니다.
포항에서 달리는 기회가 점점 다양해지고 있는 셈입니다.
이런 대회들이 늘어날수록, 평소에 달리는 코스를 정해두는 것이 더 의미 있어집니다.
대회가 열리는 길 위에서 매일 훈련하는 사람과, 대회 당일 처음 그 길을 달리는 사람은 분명히 다릅니다.
본인만의 홈코스를 정해두는 것 자체가 꾸준히 달릴 수 있는 동기가 된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체육과학연구원의 연구에 따르면,
선호하는 특정 장소에서 반복 훈련을 할 경우 훈련 지속률이 그렇지 않은 경우보다 유의미하게 높아진다고 합니다
좋아하는 코스가 훈련을 지속하게 만드는 힘이 된다는 얘기인데,
저는 이미 그걸 영일대 해안도로에서 경험 중입니다.
포항 영일대 해안도로는 10킬로미터 훈련 코스로서도,
대회 준비 코스로서도 충분히 검증된 길입니다.
포항에 거주하는 러너라면 이미 잘 알고 있을 그 길이고,
외지에서 오는 러너라면 한 번쯤 일부러 찾아올 만한 가치가 있습니다.
달리고 난 뒤 바다를 보며 숨을 고르는 그 순간만으로도, 이 코스는 충분히 제 역할을 합니다.
다음 훈련 계획을 짜고 있다면, 기점과 반환점이 명확한 이 코스를 루틴에 한 번 넣어보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