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달리기를 시작할 때 '5km쯤이야'라고 생각했다가 첫 번째 킬로미터도 못 버티고 멈춘 경험, 한 번쯤 있으시지 않습니까. 저도 그랬습니다. 숨이 차오르고 다리가 무거워지면서 '내가 왜 이걸 시작했지'라는 생각이 스치던 그 순간이 아직도 생생합니다. 그런데 지금은 5km 대회 접수 일정을 달력에 미리 표시해두고, 신청 창이 열리는 순간 버튼을 누릅니다. 무엇이 달라진 걸까요.

완주하려면 속도를 버려야 5km가 보인다
일반적으로 달리기를 시작하면 '더 빠르게, 더 멀리'를 목표로 삼아야 한다고 생각하기 쉽습니다. 그런데 제 경험상 이건 좀 다릅니다. 처음 달리기를 시작했을 때 옆 사람보다 늦게 가는 것이 창피해서 페이스를 끌어올린 적이 있는데, 그 결과는 무릎 통증과 2주간의 강제 휴식이었습니다.
현역 마라토너들도 강조하는 것이 바로 이 지점입니다. 초보자나 체중이 많이 나가는 분들에게 속도는 오히려 부상의 지름길입니다. 특히 체중이 증가한 상태에서 무리한 페이스로 달리면, 무릎 관절과 족저근막에 가해지는 충격이 배가됩니다. 여기서 족저근막이란 발바닥 앞꿈치부터 뒤꿈치까지 이어지는 두꺼운 섬유 조직으로, 달리기 시 충격을 흡수하는 역할을 합니다. 이 부위에 반복적 충격이 쌓이면 족저근막염으로 이어져 수개월 동안 달리기 자체가 불가능해질 수 있습니다.
달리기 훈련 방식으로 자주 언급되는 것이 인터벌 트레이닝입니다. 인터벌 트레이닝이란 빠른 속도 구간과 느린 회복 구간을 번갈아 반복하는 훈련 방식으로, 심폐 기능을 단계적으로 끌어올리는 데 효과적입니다. 그러나 저는 처음부터 이 방식을 시도하기보다, 걷기와 가벼운 조깅을 번갈아 하며 몸이 달리기에 적응하는 시간을 충분히 줬습니다. 그 과정이 결국 가장 빠른 길이었습니다.
초보자가 5km 달리기를 준비할 때 참고할 현실적인 기준은 다음과 같습니다.
- 초보자 평균 완주 시간: 남성 약 35분, 여성 약 42분 전후
- 훈련 주기: 매일보다 주 3~4회가 부상 예방에 유리
- 워밍업: 달리기 전 햄스트링과 종아리 중심으로 10분 스트레칭 필수
- 쿨다운: 달리기 후 10분 걷기로 심박수를 서서히 낮춰줘야 함
러너스 하이, 책에서 읽은 것과 실제는 달랐습니다
일반적으로 러너스 하이는 '장거리를 달리는 엘리트 선수들이나 경험하는 것'이라고 알려져 있습니다. 저도 처음엔 그렇게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제가 직접 첫 5km 대회에 나가보니 전혀 달랐습니다.
러너스 하이(Runner's High)란 달리기 중 뇌에서 엔도르핀(Endorphin)과 엔도카나비노이드(Endocannabinoid)가 분비되며 극도의 쾌감과 활력을 느끼는 상태를 의미합니다. 여기서 엔도르핀이란 뇌하수체에서 분비되는 신경 전달 물질로, 통증을 억제하고 행복감을 유발하는 역할을 합니다. 연구에 따르면 이 현상은 반드시 고강도 운동에서만 나타나는 것이 아니라, 적절한 강도의 유산소 운동 상태에서도 유발될 수 있습니다(출처: 미국 스포츠의학회(ACSM)).
그날 대회 현장에서 수백 명이 함께 출발선에 서던 순간, 제 몸은 이미 평소와 달랐습니다. 옆 사람의 발소리, 멀리서 들려오는 응원 소리, 그리고 집단이 함께 움직이는 에너지가 더해지니 지치려던 다리가 오히려 앞으로 나아갔습니다. 평소 훈련 페이스보다 빠르게 달리고 있었는데도 힘들다는 생각이 거의 들지 않았습니다.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이 경험은 혼자 달리는 것과 대회에서 달리는 것이 왜 다른지를 몸으로 설명해줬습니다. 대회 참여 자체가 러너스 하이를 유도하는 환경을 만들어준다고 볼 수 있습니다. 심박수(Heart Rate)가 최대 심박수의 약 70~80% 구간에 진입할 때 이 현상이 잘 나타난다는 연구 결과도 있는 만큼, 적절한 강도 유지가 중요합니다. 여기서 최대 심박수란 개인이 운동 중 낼 수 있는 심박수의 최고치로, 보통 '220 - 나이'로 추산합니다.
훈련 방법, 이렇게 바꾸니 10km도 달리게 됐습니다
'거리를 늘리면 자연히 5km는 쉬워진다'는 말을 처음 들었을 때는 반신반의했습니다. 그런데 제가 직접 해보니 이건 사실이었습니다. 이틀에 한 번 꼴로 달리기를 반복하면서 3km에서 5km로, 5km에서 7km로 거리를 조금씩 늘려갔습니다. 어느 순간 10km를 완주하고 나서 다음 5km 대회에 나갔더니 몸이 훨씬 가벼웠습니다.
이 방식이 효과적인 이유는 VO2max(최대 산소 섭취량) 향상과 관련이 있습니다. VO2max란 운동 중 신체가 활용할 수 있는 산소의 최대량을 의미하며, 이 수치가 높을수록 같은 속도로 달릴 때 덜 힘들게 느껴집니다. 거리를 점진적으로 늘리는 훈련이 이 수치를 끌어올리는 데 기여합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성인의 경우 주당 150~300분의 중강도 유산소 운동을 권장하고 있으며, 꾸준한 달리기 훈련은 이 기준을 충족하는 현실적인 방법 중 하나입니다(출처: 세계보건기구(WHO)).
보조 훈련도 생각보다 중요합니다. 저는 달리기 후에 뒤로 걷기를 루틴으로 넣었는데, 이것이 앞쪽 허벅지와 종아리의 과부하를 분산시키는 데 도움이 됐습니다. 앞만 보고 달리는 자세가 반복되면 특정 근육군에만 피로가 집중되는데, 방향을 바꿔 움직이는 것만으로도 근육 밸런스가 개선되는 느낌이 있었습니다. 전문 운동선수들이 훈련 후 보조 훈련을 넣는 이유가 단순히 체력을 늘리기 위해서만이 아니라는 걸 그때 실감했습니다.
5km는 '매일 달려야 의미 있다'는 생각도 사실과 다를 수 있습니다. 제 경험상 매일 달렸을 때보다 이틀에 한 번 달리고 충분히 회복하는 루틴이 오히려 기록 향상에 더 도움이 됐습니다. 근육 손상이 회복되는 시간을 주지 않으면 오버트레이닝 증후군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오버트레이닝 증후군이란 훈련 부하가 회복 능력을 초과할 때 나타나는 상태로, 만성 피로, 면역 저하, 기록 정체 등이 동반될 수 있습니다.
달리기를 학창 시절 이후 단 한 번도 해본 적 없는 분이라도, 5km는 충분히 완주할 수 있다고 저는 믿습니다. 속도를 잊고, 본인의 리듬을 찾고, 대회에 한 번 나가보는 것. 그 순서대로 해보시길 권합니다. 처음엔 완주가 목표였다가, 어느 순간 그 분위기 속에 다시 서고 싶어서 뛰게 되는 날이 반드시 옵니다. 5km는 숫자가 아니라 경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