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러닝을 시작할 때 운동화 한 켤레만 있으면 된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냥 나가서 달리면 되는 거 아닌가, 하는 마음이었죠. 그런데 그 생각이 틀렸다는 걸 무릎이 욱신거리는 경험으로 직접 배웠습니다. 러닝은 단순히 달리는 행위가 아니라, 준비 방법과 자세가 부상 여부를 갈라놓는 운동입니다.

러닝 준비물, 뭐가 진짜 필요한가
거창한 장비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있고, 반대로 아무 신발로나 시작해도 된다는 시각도 있습니다. 제가 직접 겪어보니 정답은 그 중간 어딘가에 있었습니다.
가장 먼저 챙겨야 할 것은 러닝화입니다. 러닝화에는 쿠셔닝(cushioning) 기능이 탑재되어 있습니다. 여기서 쿠셔닝이란 달리는 동안 발이 지면에 닿을 때 발생하는 충격을 흡수해주는 미드솔(midsole) 소재의 완충 구조를 의미합니다. 일반 스니커즈와 러닝화의 차이가 별로 없다고 생각하는 분들도 있는데, 저는 신발을 바꾸기 전과 후의 차이를 무릎으로 느꼈습니다. 일반 운동화를 신고 2주 달렸을 때 무릎 안쪽에 통증이 왔고, 러닝화로 교체한 뒤에는 그 증상이 사라졌습니다.
러닝화 외에도 기능성 의류를 갖추면 훨씬 쾌적하게 달릴 수 있습니다. 흡습속건(moisture-wicking) 소재란 땀을 빠르게 흡수하고 바깥으로 발산해 피부를 건조하게 유지시켜주는 원단을 말합니다. 면 티셔츠를 입고 달리면 땀이 그대로 달라붙어 체온 조절이 어려워지는데, 이 차이를 한여름에 제가 직접 경험했습니다. 등이 달라붙는 느낌이 너무 불쾌해서 그 다음 날부터 바로 기능성 반팔로 바꿨습니다.
처음 시작하는 분들이 챙기면 좋은 준비물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쿠셔닝이 탑재된 러닝화 (무릎, 발목 보호에 직접적인 영향)
- 흡습속건 소재의 기능성 상하의
- 페이스와 거리를 확인할 수 있는 스마트워치 또는 러닝 앱
스마트워치나 러닝 앱은 필수는 아니지만, 페이스(pace)를 모니터링하는 습관이 생기면 과호흡이나 무리한 속도를 미리 잡을 수 있습니다. 여기서 페이스란 1킬로미터를 달리는 데 걸리는 시간을 뜻하며, 초보자에게는 1km당 10~14분 페이스가 적당하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저도 처음엔 이 수치가 너무 느린 게 아닌가 싶었는데, 실제로 맞춰보니 숨이 차지 않고 대화가 가능할 정도였습니다. 오히려 그 속도가 유지되어야 30분 이상 달릴 수 있다는 걸 뒤늦게 깨달았습니다.
준비물에 큰돈을 써야 한다는 부담은 버리셔도 됩니다. 처음부터 고가의 장비를 갖출 필요는 없고, 러닝화 하나만 제대로 골라도 부상 없이 시작할 수 있습니다.
달리기 자세와 워크런, 어떻게 시작해야 롱런하나
준비물 못지않게 중요한 게 달리기 자세와 시작 방식입니다. 처음부터 바른 자세로 뛰어야 한다는 의견도 있지만, 저는 자세보다 먼저 몸에 달리기 자체를 익히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그 방법이 바로 워크런(walk-run) 방식입니다.
워크런이란 걷기와 달리기를 번갈아 반복하면서 심폐 기능과 근육을 점진적으로 단련하는 훈련 방법입니다. 처음부터 쉬지 않고 달리려고 하면 호흡이 무너지고 자세도 흐트러집니다. 저는 1분 달리고 2분 걷는 방식으로 30분씩 한 달을 채웠는데, 그 시점부터 쉬지 않고 20분 이상 달릴 수 있게 됐습니다. 이 변화가 생각보다 빨라서 솔직히 예상 밖이었습니다.
달리기 자세에 대해서는 세 가지를 신경 쓰면 충분합니다.
손은 배꼽 높이로 내리고, 주먹은 달걀 하나를 쥐듯 가볍게 쥡니다.
시선은 15도 앞을 향하고 몸은 수직으로 세웁니다.
그리고 발을 내디딜 때 지면을 꾹꾹 누르는 느낌보다는 땅에서 빠르게 떨어지는 느낌으로 달립니다.
처음에 이걸 의식하면서 달리는 게 어색하지만, 2주 정도 지나면 자연스러워집니다.
달리기 전 준비 운동도 빼놓을 수 없습니다. 갑자기 스트레칭부터 하는 것보다 걷기로 몸을 깨운 뒤에, 발목, 무릎, 고관절 순서로 관절 가동 범위(ROM, Range of Motion)를 늘려주는 동적 스트레칭이 효과적입니다. ROM이란 관절이 움직일 수 있는 최대 범위를 뜻하며, 운동 전 이 범위를 충분히 활성화해야 부상 위험을 줄일 수 있습니다. 달리기 후에는 허벅지 뒤쪽 햄스트링(hamstring)과 옆구리 근육을 5~10분 이상 충분히 늘려주는 정적 스트레칭으로 마무리하는 것이 좋습니다. 여기서 햄스트링이란 허벅지 뒤쪽을 감싸는 근육군으로, 달리기 중 가장 많이 사용되고 피로가 축적되는 부위입니다.
운동 습관 형성의 관점에서 보면, 한국스포츠정책과학원의 연구에 따르면 운동 습관이 자리 잡히기까지 평균 66일이 소요된다는 분석이 있습니다(출처: 한국스포츠정책과학원). 처음 한 달이 가장 힘들고, 그 고비를 넘기면 달리지 않는 날이 오히려 불편하게 느껴지기 시작합니다. 제가 직접 경험한 부분이기도 합니다. 세계보건기구(WHO)도 성인 기준 주 150~300분의 중강도 유산소 운동을 권고하고 있는데, 매일 1km씩 달리는 것만으로도 이 기준에 충분히 근접할 수 있습니다(출처: WHO).
가볍게 시작해야 오래 달릴 수 있다는 말이 처음엔 그냥 위로처럼 들렸습니다. 지금은 그게 전략이라는 걸 압니다.
러닝을 시작하면서 가장 많이 드는 실수가 첫 날부터 최선을 다하는 것입니다. 제가 그랬습니다. 하지만 내일도 나갈 수 있는 컨디션을 유지하는 것이 빠르게 달리는 것보다 훨씬 중요합니다. 러닝화 하나 제대로 고르고, 워크런으로 천천히 시작하고, 달리기 전후 관절 관리를 빠뜨리지 않는 것. 이 세 가지만 지켜도 3개월 후에는 분명히 달라진 자신을 만나게 됩니다. 지금 당장 신발장을 한번 열어보시길 권합니다.